KIM TsChang Yeul
김창열
물방울 _ oil on hemp cloth _ 55.3 x 45.5 cm _ 1980
김창열물방울 _ oil on hemp cloth _ 55.3 x 45.5 cm _ 1980
김창열
SOR201704 _ acrylic on canvas _ 162.2 x 130.3 _ 2017
김창열SOR201704 _ acrylic on canvas _ 162.2 x 130.3 _ 2017
KIM TsChang Yeul(1929~ 2021)
김창열은 '물방울의 화가'라 불린다. 김창열이라는 이름보다 물방울 그림을 아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김창열은 예술성과 대중성 모두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그의 '물방울 미학'은 국제 화단을 가로 흐르며 세계인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방울은 유년시절 강가에서 뛰놀던 티 없는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고, 청년시절 6.25 전쟁의 끔찍한 체험이 담겨 있기도 하지. 전쟁이 끝나고 나니 중학교 동기 120명 중에서 60명이 죽었어. 나이가 많아야 스물이야. 앵포르멜 작품에서는 총에 맞은 육체, 탱크에 짓밟힌 육체를 상징적으로 그리려 했던 것이지. 그 상흔이 물방울 그림의 출발이 되었어.”
김창열의 물방울은 20세기 한국사를 관통하는 고통과 상처의 원형이 진화해 온 형태다. 물방울 그림이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방울이 한국인들의 기저에 흐르는 집단적 기억의 어떤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독창적인 발상과 완벽한 회화 방법이 매력이다.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은 진짜 물방울이 아니다. 그가 그린 물방울은 현실의 물방울이 아니라 ‘착시현상’이다. 바탕을 칠하지 않는 캔버스에 그린 물방울에서 우리는 금방 스며들거나 배어 나오는 듯한 착시현상을 본다. 물방울 그림은 캔버스 마대라는 물질적인 현상과 물방울의 착시현상(환상)을 중첩시킨 것이다. 화가이자 비평가인 이우환은 김창열의 물방울 그림을 ‘물체와 관념의 조화’로 규정한 바 있다. 마대를 무시하고 물방울을 강조하면 그림이 되고, 반대로 그림보다 마대를 강조하면 오브제로 바뀌는 절묘한 관계에 주목한 것이다.
"파리 가난한 아틀리에에서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새도록 그린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유화 색체를 떼어내 재활용하기 위해 캔버스 뒤에 물을 뿌려 놓았는데 물이 방울져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존재의 충일감에 온몸을 떨며 물방울을 만났습니다."
"내가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 보니, 과연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서양과 다른 나의 차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한 방울의 물방울이었던 것입니다. 물방울은 불교의 공(空)과 도교의 무(無)와도 통하는 것입니다."
(김창열)
"김창열 선배는 물방울로 세계적으로 이름이 났기 때문에 물방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물방울이라는 하나의 메타포를 가지고 시각적으로 미술사에 남는 일을 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물방울은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그림으로 그려진 물방울은 착시현상이지 현실 자체의 물방울은 아니다. 그런데 마대를 거꾸로 해서 그리거나 바탕을 칠하지 않은 캔버스에 그려 물방울이 금방 스며들거나 배어 나오는 듯한 느낌의 착시 현상은 그림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냥 하얀 캔버스에 그린 것과는 뜻이 다르다. 마대라는 물질적인 현상과 물방울의 착시현상을 중첩시킨 것이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물질과 환상을 겹침으로써 새로운 시각적인 것을 제시했다. 그래서 하나의 오브제도 아니고, 옛날식의 그림도 아닌 묘한, 어중간한 지점을 포착해낸 대단히 새로운 매체현상을 그는 창안해 낸 것이다. 물방울 하나는 기쁨도 주고 설움도 주고 어떤 추억이나 기억도 되살려 준다. 그리고 우리는 영롱한 물방울 속에서 또 다른 환상도 본다."
(이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