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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ote

머무르는 것들

-박예진-

 

저는 나무껍질을 그립니다.

시간에 의해 갈라지고 뒤틀린 껍질은 생명의 표면이자, 성장의 기록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단지 고통의 흔적이 아니라 버티며 자라온 궤적을 말해줍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피부를 찢고,

그 안에 시간을 휘감은 결을 남깁니다.

 

저는 그러한 껍질의 조각들을

수집하고, 배열하고,

때로는 재구성하여 하나의 감정 구조물로 만듭니다.

 

이 작업은 상처를 미화하거나 위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고요히 응시하고 수용하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나무껍질이 터지고 갈라지며 새겨진 주름들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상처를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그 모든 흔적을 안은 채

우뚝 서서 하늘을 향합니다.

 

관람자가 이 흔적들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 혹은 생의 한 지점을 비춰볼 수 있기를,

그리고 저마다 한 그루의 굳건한 나무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시간의 표면, 존재의 결
-갤러리제이원 박관호-

박예진의 화면은 ‘나무껍질’이라는 물질의 표면에서 시작해, 결국 ‘시간’과 ‘존재’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껍질은 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찢고 다시 봉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이며, 그 자체로 생장과 견딤의 지질도(地質圖)다. 

작가는 그 조각난 표피를 관찰·채집하고, 스케치·촬영·채색 등의 과정을 거쳐 화면 위에 재배열한다. 

그렇게 구축된 형상은 자연의 사실적 재현이라기보다 ‘감정의 구조물’—기억이 쌓여 만든 한 겹의 지층—에 가깝다.

 

이때 상처는 비극의 표지가 아니라 시간의 단면이다. 

갈라짐, 뒤틀림, 주름의 리듬은 고통을 증명하는 표식이면서도, 동시에 생명의 집요한 복원력과 방향성을 드러낸다. 

작가가 택한 태도는 미화가 아니라 응시와 수용이다. 

흔적을 지워 아름다움을 회복하는 대신, 흔적을 품은 채 아름다움이 갱신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관람자는 균열의 간극에서 자신의 시간을 목격한다. 

나무가 흔적을 안고도 하늘을 향해 다시 수직을 회복하듯, 우리는 상처를 부정하거나 은폐하지 않고 그것과 함께 서는 법을 배운다. 

박예진의 화면은 그 배우는 과정을 위한 조용한 장치이며, 명상에 가까운 감각적 훈련이다. 

결국 이 전시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견디며 자라왔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결로 다시 서려 하는가.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