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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ote

머무르는 것들

-박예진-

 

저는 나무껍질을 그립니다.

시간에 의해 갈라지고 뒤틀린 껍질은 생명의 표면이자, 성장의 기록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단지 고통의 흔적이 아니라 버티며 자라온 궤적을 말해줍니다.

 

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피부를 찢고,

그 안에 시간을 휘감은 결을 남깁니다.

 

저는 그러한 껍질의 조각들을

수집하고, 배열하고,

때로는 재구성하여 하나의 감정 구조물로 만듭니다.

 

이 작업은 상처를 미화하거나 위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고요히 응시하고 수용하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나무껍질이 터지고 갈라지며 새겨진 주름들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상처를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그 모든 흔적을 안은 채

우뚝 서서 하늘을 향합니다.

 

관람자가 이 흔적들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 혹은 생의 한 지점을 비춰볼 수 있기를,

그리고 저마다 한 그루의 굳건한 나무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