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Where the love goes>
-정수비-
우리는 세상을 몸으로 경험한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고, 심장의 떨림으로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은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구조물이 아니다. 몸은 시간과 기억, 감정이 켜켜이 새겨진 인간 존재의 기록이자 증거다.
인간은 몸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을 인식하며, 세상과 관계 맺는다.
나의 작업은 이 신체적 경험을 시각적 언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흔히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몸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다.
표정, 시선, 호흡, 움직임 속에는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체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직접적인 소통의 장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는 ‘사랑’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연인의 관계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이며, 사회와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혐오와 분열, 증오와 무관심으로 가득하다.
서로의 차이는 갈등의 이유로 소비되고, 타인의 고통은 쉽게 외면된다.
이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무엇인가. 그 답은 결국 사랑에 있다.
사랑은 혼란을 단번에 가르는 해답은 아니지만,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끝내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사랑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며, 다름을 인정하고, 타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다.
이번 전시는 신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고,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절실한 사랑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다.
WORK
chaos
2025, oil on canvas, 116.8 x 91.0 cm
chaos2025, oil on canvas, 116.8 x 91.0 cm
sunkiss’t
2025, oil on canvas, 130.3 x 130.3 cm
sunkiss’t2025, oil on canvas, 130.3 x 130.3 cm
Hush / Blush / Crush / Lush
2025, oil on canvas, 40.9 x 31.8 cm
Hush / Blush / Crush / Lush2025, oil on canvas, 40.9 x 31.8 cm
anxiety
2025, oil on canvas, 72.7 x 53.0 cm
anxiety2025, oil on canvas, 72.7 x 53.0 cm
Anarchy
2025, oil on canvas, 90.9 x 72.7 cm
Anarchy2025, oil on canvas, 90.9 x 72.7 cm
Syrupy
2025, oil on canvas, 100.0 x 80.3 cm
Syrupy2025, oil on canvas, 100.0 x 80.3 cm
Toxic
2025, oil on canvas, 72.7 x 36.5 cm
Toxic2025, oil on canvas, 72.7 x 36.5 cm
Thirst
2025, oil on canvas, 65.0 x 32.5 cm
Thirst2025, oil on canvas, 65.0 x 32.5 cm
Rampage
2025,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Rampage2025, oil on canvas, 162.2 x 130.3 cm
Panic
2025, oil on canvas, 53.0 x 23.0 cm
Panic2025, oil on canvas, 53.0 x 23.0 cm
Only through love..
2025, oil on canvas, 53.0 x 53.0 cm
Only through love..2025, oil on canvas, 53.0 x 53.0 cm
romance
2025, oil on canvas, 45.5 x 45.5 cm
romance2025, oil on canvas, 45.5 x 45.5 cm
human being
2025, oil on canvas, 53 x 23 cm
human being2025, oil on canvas, 53 x 23 cm
crouching
2025, oil on canvas, 18 x 24 cm
crouching2025, oil on canvas, 18 x 24 cm
stuck
2025, oil on panel, 15 x 15 cm
stuck2025, oil on panel, 15 x 15 cm
kiss
2025, oil on panel, 18 x 14 cm
kiss2025, oil on panel, 18 x 14 cm
직접 보고 느끼는 것, 가장 솔직한 소통
-갤러리제이원 박관호-
대구 갤러리제이원에서 11월 4일부터 22일까지 정수비 개인전 Where the love goes가 열린다.
전시는 “우리는 먼저 본다. 해설은 뒤따른다”는 문장처럼, 설명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작가는 표정·호흡·미세한 떨림 등 언어 이전의 몸의 징후를 회화의 표면 언어로 전환하며, 오늘의 관람 환경에서 가장 솔직한 소통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 두 점을 나란히 제시한다.
〈sunkiss’t〉(130.3×130.3cm, 2025, 유화)는 가까이 다가설수록 표면의 층과 붓질, 빛의 피막이 먼저 도착하는 작품이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시선의 머묾과 호흡의 길이를 자각하며, “보는 행위 자체”가 감정과 기억을 호출한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반면 〈chaos〉(116.8×91.0cm, 2025, 유화)는 또 다른 장면을 보여준다. 멀어지면 전체 리듬이, 다가서면 표면의 긴장이 달리 읽히며,
두 작품은 의미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기보다 관람자의 지각–인지–사유의 순환이 스스로 형성되도록 여지를 남긴다.
정수비는 작가노트에서 몸을 “시간·기억·감정이 새겨지는 증거”로 바라본다.
보이지 않는 내면(정신)은 직접 볼 수 없지만, 몸에 남는 흔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태도는 전시 전체의 진행 방식—먼저 보고, 감각을 통과하고, 잠시 머문 뒤 다시 보는 관람 루틴—과도 맞물린다.
전시가 말하는 ‘사랑’ 역시 해답이나 정의에 가깝지 않다. 타자를 외면하지 않고, 차이를 견디며, 관계를 유지하고 수선하는 자세로서의 태도에 가깝다.
이 태도는 설명과 설득으로 주입되기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반복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전시장 구성은 해석을 과도하게 유도하지 않는다. 두 작품 사이의 간격과 거리, 관람자의 호흡과 시선의 변화가 의미를 만들어내는 핵심 동력이다.
가까움과 멂, 표면과 전체, 멈춤과 이동을 오가는 단순한 왕복이 관람의 리듬을 만들고, 그 리듬 속에서 관객은 자기 몸의 반응—심박, 호흡, 피부의 온도—을 먼저 인지하게 된다.
혐오와 무관심이 일상화된 시대에, 작가는 말보다 보여줌으로 말하는 방식을 택한다.
요컨대 이 전시는 “설명 이전의 경험”을 다시 신뢰하자는 제안이며, 그 제안의 이름을 작가는 사랑이라 부른다.
Art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