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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지는 이동하는 삶 속에서 경험한 ‘사이의 감각’을 소성된 점토와 일상의 재료들을 통해 조형적으로 탐구하는 작가이다.

프랑스 EESAB에서 학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조소과 석사과정을 졸업한 이후 다시 또 다른 장소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오랜 시간 한 장소에 정착하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환경 사이를 오가며 살아왔다.

이러한 경계적 위치에서의 경험은, 한 곳에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낯선 장소들 사이를 떠도는 감각, 

정착과 이탈이 동시에 작동하는 모호한 상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해왔다.

 

이번 개인전 《in-between》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한 합일도, 완전한 단절도 아닌 ‘사이의 세계’를 드러내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전부터 ‘옮겨짐’, ‘느슨한 연결’, ‘접촉의 방식’을 통해 장소성과 경계를 탐구해 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걸려 있는 것들, 엮여 있으나 동시에 풀려 있는 것들, 안과 밖의 중첩을 드러내는 형태들에 집중한다.

 

전시의 핵심 축을 이루는 것은 소성된 점토로 이루어진 고리와 기둥 작업이다. 

〈고리〉는 개별 조각들이 서로의 끝을 걸어 느슨하게 이어지며 공간 속에 선처럼 펼쳐지는 설치로, 

각 고리는 소성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무게와 강도, 곡률을 지닌 채 존재한다.

이 고리들은 단단히 고정된 결속이 아니라, 언제든 풀릴 수 있는 상태의 연결로 머물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거리와 균형, 그리고 해체 가능성을 품은 관계의 구조를 드러낸다.

 

〈벌레집3〉는 점토의 무게와 물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층층이 쌓아 올린 기둥 작업으로,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면서도 매 순간 조금씩 어긋나는 형태들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를 이룬다.

기둥들은 떨어져 있으나 함께 서 있고, 불균형해 보이지만 무너지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자연의 퇴적과 축적, 그리고 완전히 결속되지 않은 개별들이 느슨한 균형 속에서 공동의 형태를 이루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점토 작업과 더불어, 작가는 뿌리, 방충망, 어망 등 다양한 재료를 병치하며 경계의 감각을 다른 층위에서 확장한다.

〈x를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은 뿌리와 방충망이라는 상반된 성질의 재료를 한 화면에 겹쳐 배치함으로써, 보호와 차단의 속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경계를 드러낸다.

같은 색의 피부를 공유하는 두 장소는 한 공간 안에서 느슨한 연결감을 형성하며, 서로를 밀어내고 받아들이는 중첩된 층위로 인식된다.

또 다른 작업인 〈x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은 공간 전체를 덮고 관객의 발 아래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그물을 통해, 투과성과 차단 사이에 놓인 신체적 경험을 만든다.

어망의 ‘잡아두는 힘’은 밖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미세하게 가로막으며, 보이지만 건널 수 없는 경계의 감각을 더욱 선명하게 체험하게 한다.

 

이혜지에게 경계는 단순히 둘을 나누는 선이 아니라, 접촉과 차단이 동시에 드러나는 틈이자, 서로 다른 것들이 맞물리며 유지되는 살아 있는 구조이다.

그의 작업은 모호함을 해소하기보다, 그 모호함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균형이 발생하는지에 주목한다.

소성된 점토의 고리와 기둥, 뿌리와 방충망, 어망이 만들어내는 느슨한 결속과 어긋난 균형은

우리가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지탱하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조용하지만 분명한 은유로 다가온다.

 

《in-between》은 확실하지 않지만 무너지지 않는 상태들,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기에 오히려 다양한 관계와 감각을 품게 되는 모호함의 가치를 바라보는 전시이다.

작가는 이 틈에서 발생하는 감정과 긴장,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만드는 미세한 접촉의 가능성을 작품 곳곳에 배치하며, 

명확하게 구분된 세계가 아니라 그 둘을 이어주는 감각을 관객과 함께 탐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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