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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Note

불안에서부터, 불안으로

 

언젠가부터 내 작업은 늘 불안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안 이라는 것을 부정적이고 없애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어쩌면 누구보다 불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피하려 애쓴다. 아마 그렇게 숨기 위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때는 외부로부터 불안이 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숨는다고 해도 불안은 외부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내 방안, 혹은 나 그 자체로 불안이 존재를 드러낸다. 

그때는 피할 길이 없다. 다행히도 내부로부터 오는 불안은 어느 정도 스스로 다루는 법을 배웠다. 그림을 그린다.

나는 그 과정에서 나오는 그림들은 ‘작업’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날 것의 감정으로 정제되지 않은 채 휘갈겨진 선들은, 오히려 일기에 가깝다. 

나는 그림이라는 매체 안에서만큼은 글보다 더 솔직해진다. 그리고 누구라도 자신의 일기를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 나는 스스로의 기록을 다시 들여다본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도 모를 노트의 수많은 펜 드로잉들에서 선택을 하거나 그로부터 실마리를 얻는다. 그리고 점토로 형태를 빚어낸다. 

게워내듯 빠르게 쏟아진 낙서들과 다르게 그 과정은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 그 긴 시간동안에 나는 형태를 갖추어 나가는 낙서의 의미를 곱씹고, 그 감정의 잔재들을 더듬는다.

이중적인 의미로 살을 붙인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그제야 캔버스로 옮겨진다.


외부의 불안을 피해 들어온 방 안에서, 내면의 불안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로부터 다시금 밖을 나갈 수 있는 무언가를 얻는다. 

나는 그 무언가를 용기나 희망 따위의 거창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불안 그 자체일지라도, 밖을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ALBUM>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미래나 목표라는 허울 좋은 소리가 저 앞에서 우리를 부르는듯하지만 함께 나아가는 주변에 물어볼 여유 따위는 없는 분위기다. 

갈수록 그저 더 빠르게, 뒤처지지 않기 위함으로밖에 보이지 않고 그 속도는 돌진에 이르렀다. 목적을 잊은 지 오래다. 

그 전에 멈추어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이제 목표는 고사하고 우리 앞에 있는 것에 충돌해버리지는 않을지, 낭떠러지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 애초에 앞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걱정이 나를 앞질러가고 있다. 

그래서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해결책을 찾고 싶어서였을까. 이유라도 알고 싶었던 걸까. 

나아가는 게 아닌 기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 그로부터 도망쳐야할 당위성이라도 있었을까. 

그렇게 몇 번이고 돌아보았을 때, 

그녀와 아이는 여전히 미소를 띠우고 있다. 먼지가 쌓인 채, 이제 그 존재조차도 희미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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