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물고기

잉어를 소재로 하는 작가의 작품은 물과 잉어를 둘러싼 형상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여 표현한 작품들입니다. 빛을 통하여 물속 잉어의 움직임들을 신비스럽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담고 있으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적 시각을 통해 전통회화나 이전의 잉어 그림과 차별화된 새로운 시선에서의 다양한 잉어 모습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급변하는 현대 미술계 속에서 전통적 소재와 현대적인 표현기법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정립해 나가고자 비단잉어 작업을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통회화에서 잉어그림은 여러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등용문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과거시험에 급제를 바라는 의미로 입신출세를 상징하거나 크고 작은 잉어 2마리를 그린 그림은 소과와 대과의 두 시험에 급제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낮이나 밤이나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항상 사악한 것을 감시하고 경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그 모양이 남근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부부간의 조화로운 성생활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잉어그림을 통해 생활의 여유와 물질적 풍요가 지속되기를 기원하기도 했으며,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의 속성에 기대어 다산의 염원이 성취되기를 빌기도 했습니다. 또한 잉어는 유교 덕목의 하나인 효와 직결되어 효행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희망을 염원합니다. 잉어의 상징성에 더불어 작가는 자신이 희구하고 열망하는 것들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며 불안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삶에 심리적 안정과 위로가 되길 바라며, 행복 및 삶의 휴식이 되길 기대합니다.